제2장. 1995년 서울, 일재 잔재 건물을 해체하다.
1926년 경복궁 내 근정전 앞뜰에 5층 규모의 석조 건물이 들어섰다. 경복궁 흥례문을 철거한 그 자리에 10년의 세월을 공들여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조선총독부 청사를 세운다. 이 건물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일(日)자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의 민족정기를 훼손하고 조선이 일제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경복궁을 훼손하고 그 자리에 조선 식민 통치를 관할하는 최고 지휘기관 건물을 세운다.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할거라는 허망한 믿음이었을까?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였을까? (사진출처: DOOPEDIA)
해방 이후에는 일본의 국기 대신 성조기가 걸리며 미 군정청이 사용하였고 당시에는 ‘Capital hall’로 불리게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중앙청’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게 되고, 1983년 과천정부청사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이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이다가 1996년에 완전 해체, 철거가 된다.
1995년, 내가 역사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중학교 2학년 시절, 김영삼 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의 일환으로 옛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였다. 아마도 그 이후의 세대들은 광화문을 지날 때면 우리의 시야를 가리던 흉물스러운 건물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 과연 일제의 잔재,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옳은가? 지워 없애는 게 아니라 똑바로 마주하고 인식하는 역사 교육의 중요한 자료로서 보존하는 것이 옳은가? 아마도 어떤 이는 경복궁의 시야를 가리던 흉물스러운 건물이 사라져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제국의 억압과 저항의 사회사를 담고 있던 역사적 건물이 사라짐을 애석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철거되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던 석조전, 조선은행, 경성역, 경성재판소 등 석조건물들은 여전
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선은행 본관은 한국은행으로 이용되다가 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경성역은 구 서울역으로 사용되다 현재 문화역 서울284로, 경성재판소는 광복 후 대법원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출처: DO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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